지방정부가 운영하는 한국형 워케이션 지원 프로그램 총정리
왜 지방정부가 워케이션을 지원하는가 – 지역소멸 대응과 인구 유입 전략
2025년 현재, ‘워케이션’은 단순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적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다수 지방도시는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유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른바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는 ‘외지인의 유입’을 장기적인 지역 회복 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있으며, 그 핵심이 바로 ‘워케이션’이다.
기존에는 ‘귀농귀촌’이나 ‘창업 유치’ 등 장기 정착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단기 체류–중기 방문–장기 전환’의 3단계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한국형 워케이션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방정부는 외부 직장인, 프리랜서, 1인 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지역에 머물며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이 지역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전국 수십 개 지자체가 워케이션 관련 정책을 운영 중이며, 혜택은 숙박비 지원, 코워킹 공간 제공, 지역 문화체험 프로그램, 교통비 보조 등으로 다양하다. 이제 워케이션은 ‘내 돈 내고 가는 체험’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지역 체류 기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주요 지자체들의 대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 조건과 신청 방법, 실질적인 장단점까지 함께 안내하고자 한다.
전국 주요 지자체 워케이션 지원 사례 – 지역별 프로그램 정리
① 강원도 정선군 – 디지털 유목민 유치 프로젝트
정선군은 전국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유치 정책’을 본격화한 지자체 중 하나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는 한 달 동안 정선에 체류하면서 코워킹 스페이스(정선읍 내 IT체험센터),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8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숙박비는 1인당 월 10만 원 이하 수준으로 지원되며, 일부 인원은 교통비도 추가로 보조받는다.
② 전라남도 완도군 – 청년 워케이션 유치 사업
완도군은 청년 워케이션 유치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1개월 동안 완도에 체류하며, 청년센터 기반의 숙소·공유주방·코워킹 공간 등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역 특산물 체험과 교류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된다.
③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 워케이션 매칭 플랫폼 운영
제주도는 ‘워케이션 메카’로 불릴 만큼 다양한 정책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워크 앤 라이프 제주’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외부 워케이션 희망자와 지역 숙박업체, 코워킹 공간을 연결해 주는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여자는 플랫폼을 통해 신청 후 승인되면, 지정된 기간 동안 할인된 가격에 장기 숙박 및 업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제주 내 협력업체는 80여 개 이상으로, 숙소뿐 아니라 교통, 음식, 관광까지 포괄적 연계가 가능하다.
④ 경상북도 영덕군 – 블루시티 워케이션
영덕군은 ‘블루시티 영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바닷가 코워킹 공간인 ‘영덕 파도센터’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참가자에게는 1주~4주 체류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숙박비 일부 지원, 회의실 무료 이용, 지역 연계 행사 초청 등의 혜택이 있다. 특히 IT, 콘텐츠, 디자인 분야 종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바다 전망을 갖춘 코워킹 오피스와 지역 어르신들과의 협업 프로그램 등이 특징이다.
⑤ 충청북도 제천시 – 휴양형 워케이션 지원 시범사업
제천시는 ‘힐링 중심의 워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천시는 청풍호, 의림지 등 자연 친화적 공간과 인접한 숙박업소와 협력하여 한 달간의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는 전용 워케이션 숙소(조용한 펜션형 숙소)에서 지내며, 코워킹 라운지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고, 평일에는 온천·명상 등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단순 업무 공간 제공을 넘어 ‘웰니스 중심 워케이션’을 실현하는 몇 안 되는 사례다.
참여 방법과 주의사항 – 신청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한국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온라인 신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청은 지자체 홈페이지, 워케이션 통합 포털(예: 제주 워크앤라이프, 강원도 유캠프), 또는 SNS 공고를 통해 접수받는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주의할 점이 있다.
① 경쟁률이 높다
많은 프로그램이 제한된 예산과 인원으로 운영되므로,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주, 강릉, 여수 등 인기 지역은 오픈 당일 마감되기도 한다. 따라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사전 공지 알림 등록이나 구독이 필요하다.
② 참가 조건이 명확하다
단순한 ‘관광 목적’은 대부분 배제된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인, 프리랜서, 창작자 등 ‘업무 지속 가능성’이 증빙되어야 한다. 포트폴리오, 근무 확인서, 자기소개서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인터뷰 심사도 포함한다.
③ 숙소와 업무 공간의 품질 차이
모든 숙소가 호텔 수준은 아니다. 일부는 오래된 민박형 숙소나 공용 샤워실 형태의 게스트하우스일 수 있다. 따라서 사전 사진 확인, 후기 검색은 필수이며, 민감한 경우는 개인 예약 후 교통비만 지원받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
④ 프로그램 의무 참여 요소 존재
일부 지자체는 체류 기간 중 지역 행사 참여, 설문조사, 후기 작성 등의 의무 조건을 부여한다. 단순히 일만 하며 조용히 보내고 싶은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⑤ 기타 유의사항
- 숙박비가 무료여도 식비, 교통비, 생필품은 자비 부담이므로 예산 계획 필수
- 동반자 동반 여부는 프로그램마다 다르며, 일부는 가족·반려동물 동반 불가
- 코워킹 공간의 인터넷 속도, 좌석 배치 등은 지역별로 상이
한국형 워케이션의 미래와 개인의 전략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워케이션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한 단기 체험을 넘어, 지역과 개인이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전국 60개 이상 지자체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운영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는 워케이션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방 균형 발전과 도시-농촌 연결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 입장에서도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단순한 ‘저렴한 숙소 제공’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일하면서 여행하고, 지역 사회와 연결되고, 나의 삶의 패턴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복합적인 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 혜택만을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나의 워크스타일, 생활 패턴, 커뮤니티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한다.
성공적인 워케이션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계획이 중요하다. 어느 지역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숙소와 업무 공간이 필요한지, 어떤 프로그램은 나의 리듬을 방해할 수 있는지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 워케이션은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지방정부는 그 출발점이 되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