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워케이션

한국형 워케이션 vs 일본 워케이션의 비교

muu-info 2025. 7. 3. 01:00

같은 듯 다른 시작점

한국과 일본 모두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워케이션을 받아들인 방식에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주로 “재택근무 + 여행”이라는 개념으로 빠르게 받아들였고, 특히 강원도, 제주도, 여수, 경주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 노마드 또는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다양한 워케이션 정책이 시행되었다. 반면, 일본은 ‘지방창생’(地方創生) 정책의 연장선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도쿄 등 수도권의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여, 행정 차원에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과 연계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일본의 와카야마현이나 나가노현에서는 지자체 주도로 '기업형 워케이션'을 운영하며, 참가 직원의 숙박비와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료를 일정 부분 보조해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개별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워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공식적인 워케이션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의 차이는 두 나라 워케이션 문화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는다. 한국은 개인 중심, 일본은 조직 중심으로 워케이션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은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정부 문서와 기업 전략에 정식으로 반영하면서 정책 지원과 산업 연계에 있어 훨씬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다소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지자체 중심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는 단계다. 이러한 시작점의 차이는 이후 장단점 분석에서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생활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에서의 차이

워케이션의 실질적인 성공 여부는 숙소의 쾌적성, 인터넷 환경, 코워킹 공간의 질에 달려 있다. 이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다.

먼저 숙소 측면에서 한국은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형 호텔, 원룸텔,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형태의 단기 및 장기 숙소가 빠르게 확산되어 있다. 특히 제주도, 강릉, 여수 같은 지역에서는 장기 워케이션을 위한 특화 숙소(주방 포함, 세탁기 비치, 와이파이 제공, 업무용 책상 완비 등)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워케이션 전용 숙소 플랫폼도 생겨나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반면, 일본은 워케이션을 위해 별도로 설계된 숙소가 비교적 적다. 일반적인 료칸이나 민박은 업무용 공간이 부족하며, 예약 과정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 정부나 기업이 운영하는 워케이션 하우스는 공동주방과 코워킹 스페이스를 포함하고 있어 단체 워케이션에는 적합하다.

업무 인프라 측면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보인다. 전국 어디서든 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며, 프린터, 화상 회의 장비가 갖춰진 코워킹 스페이스가 서울, 부산, 제주 등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더캠프 제주’, ‘디웍스 강릉’ 같은 워케이션 특화 공간은 숙박+업무 공간을 결합한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은 코워킹 문화가 아직 일부 도시에 국한되어 있으며, 영어 지원이 부족하거나 이용 시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외국인 워케이션족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조용한 분위기와 집중에 용이한 공간 구성으로 ‘몰입 중심’ 업무 환경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숙소 선택의 폭과 업무 인프라의 접근성에서는 한국이 좀 더 유연하고 다양성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은 안정성과 체계적인 공간 구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워케이션에 대한 인식의 격차

두 나라의 워케이션이 얼마나 활발히 이루어지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문화적 수용성이다. 한국은 워케이션에 대해 아직까지 다소 이질적인 시선을 가진 직장 문화가 존재한다. 재택근무가 대중화되었지만, ‘근무 장소’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며, 일부 기업은 여전히 원격근무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스스로 워케이션을 계획하더라도 공식적인 허가나 내부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업무 성과를 면밀히 측정하려는 조직 문화에서는 워케이션이 오히려 ‘여행을 빙자한 근무 이탈’로 오해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오히려 집단 중심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이나 지자체가 워케이션을 제도화하면서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 일부 대기업은 워케이션 참가를 공식 교육 프로그램이나 복지의 일환으로 운영하며, 참가자에게 실적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창의성과 재충전’을 목적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이는 일본이 오랜 시간 동안 과로 문제와 워라밸(Work–Life Balance) 개선을 국가 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이며, 워케이션을 통해 장시간 노동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문화적 차이는 실제 워케이션의 빈도, 지속 가능성, 제도적 확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스스로 기획해서 움직이는’ 개인 중심의 워케이션이 많은 반면, 일본은 조직이 공식적으로 워케이션을 주관하고 그에 따라 개인이 참여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일본의 워케이션은 일정 기간 내에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며, 워크숍, 지역 체험, 협업 프로젝트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지역과 기간을 선택하고, 생활형 워케이션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형 워케이션의 경쟁력과 과제

한국과 일본의 워케이션은 출발점, 운영 방식, 문화적 배경에서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업무 효율성과 삶의 균형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목표를 공유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한국형 워케이션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디지털 인프라, 생활 편의성, 숙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강릉, 제주, 순천, 여수 등 자연환경과 도심 접근성이 균형 잡힌 지역들이 워케이션 허브로 떠오르며, 개인의 선택 자유도 측면에서 일본보다 유연한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제도화된 워케이션 시스템과 기업 중심의 문화 확산이 이점을 제공한다. 공공-민간 협업 모델이 활발하고, 지역 사회의 수용성이 높아 장기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워케이션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근무형태 다양화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전략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 역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워케이션 시범 사업이나 코워킹 공간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아직 전국적인 체계 구축이나 법적 제도화 측면에서는 초기 단계다.

향후 한국형 워케이션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기업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성과를 업무 프로세스 내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워케이션 전용 숙소, 코워킹 인프라, 교통 할인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통해 ‘관광 + 업무 + 체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정착된다면, 한국형 워케이션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 워케이션 모델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워케이션의 경쟁력과 개선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