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을 선택한 이유 – 복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다
서울에서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스케줄과 온라인 회의, 메신저 알림 속에 쫓기듯 일하다 보니 일에 대한 흥미뿐 아니라 집중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단순한 휴가로는 해결되지 않는 번아웃의 기운을 벗어나기 위해 '워케이션'이라는 대안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강원도 정선은 내가 찾던 조건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정선은 강원도 내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속초나 강릉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지역이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약 3시간 30분, KTX로도 이동 가능하며, 정선읍과 고한·사북 일대는 숙소, 음식점, 마트, 은행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장기 체류에도 불편함이 없다. 무엇보다 산과 계곡, 숲이 가까이 있어 매일 같은 실내 공간에서 일하던 내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줄 것 같았다. 정선은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정서적 평온을 주는 장소였고, 나는 그 점에 끌려 이곳에서의 일주일간 워케이션을 결정하게 되었다.
업무 환경과 일과 루틴 – 자연 속에서의 집중력 회복
정선에서의 첫날은 일단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숙소와 작업 공간을 정리하는 데 썼다. 숙소는 정선읍 근처의 민박 형태 한옥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와이파이 속도가 양호했고, 객실 안에 전용 책상이 있어 원격근무에 큰 불편은 없었다. 오전 7시에 기상해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걷거나 마을을 돌며 하루를 시작했고,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는 집중 업무 시간으로 설정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없이도 조용한 환경 덕분에 업무 효율이 확실히 높아졌고,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오후에는 점심을 마친 뒤 정선 5일장, 아우라지, 레일바이크 코스 등 근교 명소를 둘러보며 휴식을 취했고, 저녁 무렵 다시 짧은 업무를 보거나 다음 날 업무를 준비했다. 이 같은 워케이션 루틴은 이전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하루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일하면서 쉰다'는 개념이 모순되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하루에 할 일을 3가지 이하로 정리하고, 일과 여가를 명확히 나누는 방식은 도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체감하게 했다.
지역 생활과 사람들 – 느림과 따뜻함이 주는 위로
정선에서 지내면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지역 주민들과의 교감이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 마트에서 마주친 상인들, 숙소 호스트 모두 낯선 방문자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짧은 안부를 나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이 따뜻한 인간적 교류가 정선의 진짜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식사는 주로 마을 중심부의 식당을 이용했는데, 대부분 재료는 로컬에서 직접 공수한 것들이었고, 음식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 특히 한정식집에서 먹은 곤드레밥 정식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경험이었다. 생활 인프라도 안정적이었다. 읍내에 위치한 병원, 약국, 우체국, 대형마트, 세탁소 등을 이용할 수 있었고, 도보 또는 버스로 충분히 접근 가능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속도'였다. 도시에서는 늘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며 살았지만, 정선에서는 하루가 마치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속도가 오히려 집중과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과 공간이 주는 ‘정서적 환대’는 도시에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는 치유의 힘이 있었다.
정선을 떠나며 – 한국형 워케이션의 본질과 다음 여정에 대한 기대
일주일간의 워케이션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나는 단순한 업무 공간 이동 이상의 변화를 느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일이 곧 스트레스였지만, 정선에서는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업무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이는 단순히 장소가 주는 영향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루틴을 새롭게 설계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일과 삶을 조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정선은 외부의 자극은 적지만, 그만큼 내면의 리듬을 회복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다음 워케이션 지는 어디가 될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도시를 떠나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선은 나에게 그 시작점이 되었고, 다시 돌아올 장소로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 워케이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선은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선택이 될 것이며, 일과 삶의 진정한 균형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최적의 장소임을 확신한다.
정선 워케이션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정선에서의 워케이션을 계획하고 있다면 계절 선택이 중요하다. 봄과 가을은 기후가 쾌적하고 미세먼지도 적어 가장 이상적인 시기다. 여름은 계곡과 숲을 활용한 힐링에는 좋지만 비가 자주 오는 편이며, 겨울은 풍경은 아름답지만 눈으로 인해 이동이 불편할 수 있다. 교통은 KTX를 이용해 제천에서 환승하거나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현지에서는 도보 또는 택시, 간헐적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를 병행해야 한다. 워케이션 일정 중에는 하루 정도 지역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정선 아리랑 전통체험관’이나 ‘정선레일바이크’는 업무 외 시간에 가볍게 힐링할 수 있는 코스로 적합하다. 장기 체류 시에는 지역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숙소를 선택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으며, 동네 카페나 식당과 친분을 쌓으면 더 편안한 지역 생활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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