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워케이션

지방 소도시 한국형 워케이션이 인기인 이유와 실제 체류 경험담

muu-info 2025. 6. 27. 07:00

지방 소도시 워케이션, 왜 지금 주목받는가?

워케이션(Workation)은 재택근무와 여행을 결합한 새로운 근무 형태로, 2020년대 중반에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초창기에는 제주, 강릉, 여수처럼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단기 체류형 워케이션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익산, 공주, 안동, 삼척, 제천, 무주 등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로의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장 큰 배경은 워케이션의 목적이 단순한 ‘업무 공간의 변화’를 넘어 ‘삶의 리듬 회복’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대도시나 관광지 중심의 워케이션은 인프라는 뛰어나지만, 결국 또 다른 번잡한 일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지방 소도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해 준다. 특히, 체류 기간이 일주일 이상인 경우에는 ‘관광’보다 ‘생활’에 가까운 구조가 더 안정적이며, 이때 소도시 특유의 정주 환경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여러 직장인·프리랜서·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지방 소도시 워케이션을 통해 업무 집중도 향상, 심리적 안정감, 창의성 회복이라는 복합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워케이션족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본격화하면서 인프라의 질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코워킹스페이스 설치, 장기 체류 숙소 제공, 워케이션 체험 프로그램, 지자체 차원의 숙박비 지원 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방 소도시는 ‘선택의 여지가 적은 대안’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가진 워케이션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

 

 

주목받는 지방 소도시 한국형 워케이션

 

지방 소도시 워케이션의 장점 – 대도시와는 다른 세 가지 가치

소도시 워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조용하다는 장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실제 체류자들의 후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뚜렷한 차별점으로 꼽힌다.

① 비용 효율성

대부분의 지방 소도시는 숙박비와 식비가 대도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예를 들어 강릉에서 1박당 8만 원 수준의 숙소가, 제천이나 안동에서는 4~5만 원대로 가능하며, 조식 포함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식비 역시 지역 식당에서는 7천 원 안팎의 한식 정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총 7일간 체류 기준으로 숙박 + 식비 + 간단한 교통비 포함 약 35만 원 이하로도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는 대도시 대비 약 40% 이상 저렴한 비용이다.

② 집중 업무 환경

지방 소도시는 낮은 소음, 안정된 와이파이 환경, 적은 유동 인구 덕분에 업무 집중도가 뛰어나다. 특히, 노트북을 펼치기에 적합한 카페나 공공도서관, 지자체 코워킹 공간이 비교적 한산하게 운영되고 있어 예약이나 좌석 확보도 수월하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시간을 내 뜻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도시 워케이션은 ‘생산성 극대화형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③ 심리적 회복과 관계의 회복

소도시에서는 현지 주민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쉽다. 단골 식당 사장님, 게스트하우스 주인, 지역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고, 로컬의 일상을 경험하면서 생기는 친밀감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특히 장기 체류 중 발생하는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소도시에서는 ‘관계’로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워케이션이 단순히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으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체류 경험담 – “제천 10일 체류 중 내가 얻은 것들”

2024년 가을, 필자는 충청북도 제천에서 10일간 워케이션을 체험했다. 서울에서 KTX로 약 90분 거리이며, 시외버스 정류장도 중심지와 가까워 교통 접근성이 좋다. 숙소는 ‘로컬하우스 제천점’이라는 워케이션 전용 레지던스 형태의 공간을 선택했고, 거실형 코워킹스페이스와 1인용 데스크, 주방 및 세탁시설이 함께 제공되었다. 요금은 9박 기준 약 45만 원으로, 평균 1박 5만 원 수준이었다.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중적으로 진행했고, 오후에는 청풍호반 산책, 의림지 방문, 약초시장 구경 등을 병행했다. 와이파이는 500 Mbps 속도로 안정적이었고, 비디오회의도 전혀 끊김 없이 가능했다. 근처 카페 ‘무명커피’는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조용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매일 오전에는 이곳에서 자료 정리 및 메일 확인을 진행했다.

체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시간의 느림’이다. 서울에서 살며 늘 바삐 움직이던 일상 속에서, 제천에서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생활 반경, 친절한 로컬 상인, 매일 마주하는 자연 풍경은 ‘업무 속 휴식’이 아니라 ‘휴식 속 업무’라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체류 후 복귀한 다음 주에는 이상할 정도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았고, 팀 회의에서도 아이디어가 훨씬 유연하게 나오는 것을 느꼈다. 지방 소도시 워케이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일과 삶을 재정비하는 리셋 과정이었다.

 

 

앞으로의 변화와 워케이션 설계 전략

지방 소도시 워케이션은 이제 실험적인 선택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와 각 지자체는 워케이션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역형 워케이션 허브’를 조성하고 있으며, 관련 예산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경북 문경시, 충남 공주시, 강원 정선군 등은 기업형 워케이션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소규모 기업에게 최대 70% 숙박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소도시 워케이션을 설계하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 체류 기간은 최소 5박 이상 권장. 3박 이하일 경우 소도시 특유의 여유로움을 충분히 느끼기 어렵다.
  • 현지 코워킹스페이스, 카페, 공공도서관 등을 미리 리스트업.
  • 숙소는 워케이션 전용 공간 또는 최소한 업무 가능한 구조인지 확인.
  • 월별/계절별 행사, 지역축제, 농촌 체험 프로그램 등과 일정 연계.
  • 대중교통 및 자전거/전기차 등 이동 수단 체크.

지방 소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워케이션의 미래 실험실’로 진화 중이다. 앞으로 2~3년 내에는 지역 기반 워케이션 인프라가 대도시 수준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나아가 ‘리모트 라이프 플랫폼’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워케이션을 단순한 휴가 대체가 아닌 ‘삶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장기 전략’으로 바라본다면, 그 시작점으로 지방 소도시만큼 적합한 곳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자신만의 워케이션 라이프를 설계할 때다.